2면| 기사입력 2011-09-22 09:07 | 최종수정 2011-09-22 13:04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원과 지하철역을 전전하던 50대 노숙자가 사실은 50억 원 대의 재력가인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노숙자 A(51)씨로부터 가방을 잃어 버렸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술을 먹고 공원에서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A씨의 가방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범인은 곧 잡혔다. 50대 남자 B(51)씨가 아침에 집 근처 공원에 운동을 하러갔다가 잠을 자고 있는 A씨의 근처에서 뒹굴던 가방을 발견하고 가져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곧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A씨가 잃어버린 가방에 뜻밖에 1000만 원 대의 현금ㆍ고급 금장시계 등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가방을 훔쳐갔던 B씨도 그 정도의 거금이 들어 있을 줄은 몰라 깜짝 놀랐을 정도다.

출처를 의심한 경찰은 A씨를 추궁했고, 결국 A씨는 "내가 사실은 부모님으로부터 수십억 원 대의 재산을 물려받은 자산가"라는 사실을 털어 놨다. 처음엔 경찰도 이를 믿지 못했다. 하지만 A씨의 계좌 확인 결과 실제 50억 원 가량이 입금돼 있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믿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재산가라고 주장해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며 "자세한 내역은 말할 수 없지만 A씨가 한 달에 받는 이자만 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50억 원 대의 재산가인 A씨가 왜 노숙자로 생활했을까?

경찰에서 털어 놓은 A씨의 사연은 이렇다. 그는 젊은 시절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은 후 한때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실패했고 현재 이렇다할 직업이 없는 상태다. 보통 사람이라면 집과 고급 자동차를 사는 등 부유한 생활을 즐겼을 법하다.

하지만 결혼을 안 해 가족도 없는 A씨는 더 이상 돈을 벌 욕심도 없고, 세상살이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초부터 모든 재산을 처분해 은행에 맡기고 떠돌이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대신 정기적으로 받는 이자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가끔씩 꺼내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숙박비를 아끼려 여관 대신 노숙을 계속했고, 돈 가방을 베개 삼아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A씨는 경찰에서 "호텔이나 모텔에서 자면 감옥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밤에 잠이 안 와서 노숙을 하게 됐다"며 "새벽에 공원에서 운동하고, 저렴한 식당에서 끼니를 때운 후 낮에는 전철 타고 서울에 올라가서 사우나같은 데서 시간을 보낸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A씨는 경찰의 권유로 돈가방 대신 현금카드를 들고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노숙생활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

Posted by 삶은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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