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쿨리(C.H. Cooley)의 ‘거울 자아(looking-glass self)’
 
수선화에 얽힌 전설을 아는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는 연못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에 그만 매혹 당해 버렸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그 얼굴은 만지려고 손을 뻗으면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나르시스의 안타까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나 어찌하랴! 연못 속의 아름다운 얼굴은 바로 나르시스 자신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모르고 오로지 그 얼굴만을 그리워하던 나르시스는 끝내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리고 나르시스가 죽은 그 연못가에는 한 떨기 수선화가 피어서 ‘나를 잊지 마세요’ 라고 속삭일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나르시스가 쿨리의 자아 이론에 등장한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될 것 같다. 그에게 있어 자기 자신은 연못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연못 속에 비친 모습이 나르시스 자신이 되어 버린다. 쿨리의 이론에 있어서 중심 개념은 이른바 ‘거울 자아’ 라는 것이다.
 
‘거울 자아’ 란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상상에 의해 얻어진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처음에 다른 사람을 통해 자기가 예쁘다는 말을 들음으로써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마침내 그녀는 자기가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게 된다. 결국 자아란 자신의 특성보다는 주변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2) 미드(G.H. Mead)의 자아 이론
미드는 쿨리의 이론을 한층 발전시켜 자아 형성에 있어서 역할의 기능을 강조하였다. 그는 어린아이의 자아 발달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첫 단계는 준비 단계이다. 이 시기는 몸짓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동작을 모방하고 행동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행하고 있는 역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무의미하게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할 뿐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연필을 들고 벽에 줄은 긋는가 하면 그것을 입에 물고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 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두 번째 단계는 놀이 단계이다. 이 때 부터는 말을 배우고 놀이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역할을 담당해 볼 줄도 안다. 아이가 자신이 흉내내고 있는 역할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점에서 준비 단계의 모방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 행동은 일관되지 못하고 어떤 목적 없이 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여자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혼잣말로 엄마 역할과 아기 역할을 다 맡기도 하고, 병원 놀이를 하면서 의사와 환자의 흉내를 모두 내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는 게임 단계이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실제의 역할을 취득하여 일관되고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아이들은 야구 경기와 같은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내면화하고 수행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역할도 인식한다. 즉 자기 팀 전체의 역할을 각자가 이해하고 수행할 뿐만 아니라 상대 팀 선수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 가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 개인은 비로소 일반적인 사회적 자아의 관념을 갖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자기와 동떨어진 다른 사람들, 즉 ‘타인’ 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때 부모처럼 자아 개념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사람들은 ‘의미 있는 타인’ 이라고 한다. 놀이 단계에서 형성되는 역할은 바로 ‘의미 있는 타인’ 들의 역할이다. 그러나 게임 단계로 들어가면서 아이들은 특정 개인의 구체적인 행위 하나하나가 아니라 일반적인 기대와 표준에 맞는 역할을 인식하게 된다. 즉 ‘일반화된 타인’ 들이 자기에게 어떻게 행위하기를 바라는가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화된 타인’ 은 그 사회의 가치와 문화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개개인의 자아에 반영된 다른 사람의 모습이다.
 
사람의 자아는 자발적이고 충동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I’ 와, 사회의 규범과 가치 및 기대를 의식하고 있는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me’ 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미드에게 있어 자아란 ‘I’ 와 ‘me’ 가 상호 작용하면서 발달하는 역동적인 것이다.
 
미드(Mead, G. H.)의 상징적 상호 작용론
미드에 따르면, 유아와 어린이는 먼저 자기 주위 사람들의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사회적 존재로 발달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놀이이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종종 어른들이 하는 것을 모방한다. 아이들의 유희는 단순한 모방에서 점차 복잡한 게임으로 발전해 가는데, 대게 게임에 참여한 4∼5명의 아이들 가운데 1명은 어른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드가 ‘타인의 역할을 취해 보기(taking the role of the other)’라고 이름 붙인 이것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어떠한가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즉, 아이들은 타인의 눈을 토애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들을 독립된 행위자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의 자신을 사회적 자아(social self)라고 부른다. 이처럼 타인이 그들을 보듯이 자신을 볼수 있게됨으로써 개인들은 자아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어서 8∼9세 된 어린이는 비체계적인 놀이가 아니라 조직화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어린이는 미드가 명명한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other)가 되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에 포함된 일반적 가치들과 도덕 규범들을 파악하도록 학습한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나는 주체적 자아(I)와 객체적 자아(me)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이 미드의 주장이다. 이 때의 ‘I’는 다른 사람의 태도에 대한 나의 반응이고, ‘me’는 그 사회의 법률과 관습과 조직화된규약과 기대가 반영된 자아인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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