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기사입력 2007-06-03 12:11  】


세상에 웃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스트레스와 분노,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만병통치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웃음은 자체로서도 최고의 명약이긴 하지만 차마 웃기 두려운 웃음도 있다. 참을 수 없이 웃게 만드는 간지러움이 그것.


특히 겨드랑이, 갈빗대 부분, 허리, 발바닥 등의 신체부위를 간질이면 사람들은 자지러지도록 웃는다.


흔히 이런 경우 '간지럽히다'로 표현하지만 이는 ‘간질이다’의 잘못된 동사 표기. 따라서 정확히 간지러움을 태우는 행위의 동사는 ‘간질이다’가 표준어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간질이면 웃는 이유!?
왜 간질이면 웃는 것일까? 간지러움에는 역사와 과학이 있다. 간질이면 왜 웃게 되는지와, 자신이 간질이면 또 왜 웃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난 2천 년 동안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다윈 등이 이 현상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이 중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자기 자신에게 간지럼을 태우지 못하는 이유는 ‘간지럼 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가장 신빙성 있게 연구되고 있으며 그게 정설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는 곧 온몸에 분포한 신경의 작용 때문이다. 자신을 간질이면 손가락 끝의 움직임이나 팔의 운동에서 오는 신호가 많아진다. 따라서 간지럼을 태우는 부위의 표면 아래에 있는 신경이 흥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통증의학과 서재현 박사는 “자신을 간질이려 할 때 우리 뇌는 자기가 지금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미리 알기 때문에 방어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뇌는 우리가 스스로를 자극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부터의 자극인지를 정확히 식별하여 차별화된 반응을 보인다. 자신으로 부터의 자극은 무시하고 남으로 부터의 자극은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간지러움을 느끼려면 전혀 예기치 않은 자극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사람이 계속적으로 간질이는 행위를 반복하면 뇌에서 이를 받아들여 전혀 간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증하기도 한다.


◇ 지나친 간지러움으로 인한 웃음, 스트레스 부른다

간지러움에는 누군가 간질였을 때 웃고 싶지 않음에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도발적 특징이 있는데 이처럼 간질여서 웃게 되는 웃음도 과연 일반적 웃음의 효과처럼 엔돌핀을 생성시킬까?

가벼운 간지러움은 부모와 자녀 또는 형제나 친구 사이에 있어 친밀감을 강화시켜 주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의 아이처럼 간지럼을 탈 때 웃게 되고 간질이는 사람도 함께 웃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때의 웃음은 일반 웃음과 동일하게 상호 작용 및 긍정적인 효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문제는 가볍지 않고 지나친 간지러움일 때 일어난다.


한국웃음연구소에 따르면 웃음은 15초에서 3분 정도 지속됐을 때 뇌에서 즐겁다는 느낌을 인지하고, 몸에 긍정적인 엔돌핀이나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만약 호흡의 끊임없이 3분 이상 길어지게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우려가 생기게 된다.

한국웃음연구소 채송화 부소장은 “우리에게 엔돌핀을 제공하는 상태를 일반적 웃음이라 볼때, 간질여서 웃는 웃음과의 효과는 처음에는 동일하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의 자극을 계속 받기 때문에 더 이상 웃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반응이 나온다면 우리의 뇌는 결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한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또한 “간지러움으로 인한 웃음의 정도에도 역치가 존재한다고 볼 때, 간질이는 행위로 동일한 자극이 계속되면 일정한 역치를 넘게 된다”며 “다만, 이때는 웃음 본래의 자극에서 나오는 효과가 아닌 다른 성향의 스트레스나 고통이 느껴지게 된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치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


◇ 간지러움 태우기, 죽을수도 있다?


이는 곧 참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고통을 의미한다. 지나친 간지러움으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섬뜩한 얘기도 있다. 모든 것은 그 정도가 지나칠 때 위험을 초래하는 법.


평소 웃더라도 우리의 몸은 호흡을 조절이 가능한데 대개 웃을 때의 호흡은 날숨의 상태다.


하지만 간지러움을 태워 계속 웃게 되면 당사자는 그만하란 저항을 하게 되고, 이때 숨이 갑자기 말을 하려고 들숨으로 바뀌면서 호흡이 멈춰질 위험이 있다.


채송화 부소장은 “매우 드물지만 특히 이런 경우는 호흡이 고르지 못한 아이들에게 간질여 웃기려다 일시적으로 숨이 넘어가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아이에게 오랫동안 간질이는 것은 삼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중세 서양에서는 적군을 겨드랑이 등의 신체부위를 간질임으로써 고문했다는 기록도 있다. 결국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을 통해 숨이 넘어가도록 만드는 잔인한 행위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가 누군가를 간질이려 한다면 지금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고 가벼운 스킨쉽의 간지러움 정도를 권장한다. 화기애애 분위기와 건강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히 어린 아이에게나 그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줄 정도에 간질이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정은지기자 jej@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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