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7-03-03 09:21]    
‘뇌는 하늘보다 넓어라/ 옆으로 펼치면 그 안에/ 하늘이 쉬 들어오고/ 그 옆에 당신마저 안긴다// 뇌는 바다보다 깊어라/ 깊이 담그면 아주 푸르게/ 그 속에 바다가 다/ 물통 속 스펀지처럼 담긴다// 뇌는 신(神)처럼 무거워라/ 무게를 나란히 달면/ 다르다 해도/ 음절과 음성 차이 정도나 될까’(에밀리 디킨슨, 1862년).
바야흐로 ‘뇌’ 과학의 시대다. 손톱 발톱 머리카락에서 시작한 인간 몸에 대한 탐구가 오장육부를 거쳐 마침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의식의 원천인 ‘뇌’에까지 도달했다. 몸의 가장 상층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신체 전체를 통제하는 뇌는 인간 생명의 시원을 간직한 신비 그 자체. 심리학 생물학 의학은 물론 인지학 생리학 철학 미학 언어학 뇌영상장비기술 등 거의 모든 전문 분야에서 ‘뇌’를 연구하지만 아직은 ‘비밀의 궁전’이다.

학문적 성과와 인간 지식의 집적소인 출판계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2000년대 들어 해외번역서를 중심으로 뇌 관련 책들을 출판하기 시작,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뇌 도서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뇌 서적은 ‘개미’ 연구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상·하’(열린책들, 2002)가 원조 격이다. 소설 형식을 취한 ‘뇌’는 ‘우리는 누구인가’를 화두로 ‘인간 머릿속의 작은 우주-뇌’의 세계를 파헤쳤다. 이어 본격적인 뇌 연구서로 나온 게 ‘천재들의 뇌’(로베르 클라르크, 해나무, 2003). 이 책은 천재들의 생활방식과 업적, 성격, 성향 등을 분석해 그들만의 특성(편집증과 지속적인 집중능력)을 찾아내고 그것들이 어떻게 ‘천재’로 응집되는지를 살폈다.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성영신·강은주·김성일, 해나무, 2004)은 국내 필진의 본격적인 뇌 서적. 심리학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을 모은 책은 ‘뇌와 마음의 조응’ ‘한국인의 뇌’ 등 국내 뇌 연구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뇌의 생김새와 각 부위의 이름을 두뇌 연상 그림과 함께 소개한 ‘뇌 해부학’이 눈에 띈다.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지상현, 해나무),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이케가야 유지, 은행나무), ‘춤추는 뇌’(김종성, 사이언스북스),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바버라 스트로치, 해나무)가 출간된 2005년과 ‘유뇌론’(요로 다케시, 재인), ‘뇌의 기막힌 발견’(스티븐 주안, 네모북스),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데이비드 마호니·리처드 레스택, 허원미디어),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뇌의 신비에 대한 철학적 발견’(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바다), ‘뇌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신희섭·이승헌, 한문화), ‘천재들의 뇌를 열다’(낸시 C 안드리아센, 허원미디어), ‘뇌는 하늘보다 넓다’(제럴드 에덜먼, 해나무)가 나온 2006년은 뇌 서적 신드롬을 이룬 해였다.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는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보면 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신경미학과 신경생리학적 입장에서 설명했고,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는 세계적인 뇌 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가 과학과 인문학을 결합, 여전히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뇌의 상세 구조를 하나하나 해독해가면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했다.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은 뇌와 몸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뇌를 사용함으로써 건강하게 100세 장수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활지침서다. 탄탄한 뇌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 재정적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사항을 조목조목 일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출간된 뇌 서적만 해도 ‘뇌를 행복하게 하라’(아리타 히데호, 푸른솔), ‘뇌력 충전’(이유명호, 웅진), ‘두뇌실험실(라마찬드란 지음, 바다), ‘뇌 맵핑마인드’(리타 카터, 말글빛냄), ‘뇌 태교 동화’(김창규, 연이), ‘사랑에 빠진 뇌’(박찬응, 한국과학기술한림원출판부) 등이 있다. 뇌와 정신의 관계, 뇌와 행동의 관계를 브레인 맵핑(뇌의 지형도화)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뇌 맵핑마인드’는 정신분열증과 자폐증 정서불안 우울증 등 뇌와 관련한 다양한 현상들을 살폈다. 저자 리터 카터는 뇌는 식욕과 충동 감정 기분 등을 만들어내는 의식의 ‘발전소’라고 설명한다.

한편,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쓴 ‘사랑에 빠진 뇌’는 마음과 의식 그리고 뇌의 관계, 그중에서도 사랑과 뇌의 관계를 재미있게 분석했다. 저자는 사랑의 성격이나 대상이 무엇이 되었건 ‘사랑이라는 감정은 뇌에서 비롯된다’고 결론지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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