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7-02-20 20:11:03]
  지난해 12월 16세 여학생이 스스로 한국 교육을 버렸다. 불과 6개월새 중학교 3곳을 전전한 뒤 김지나 양(가명)이 내린 결정은 '유학'이었다. 아버지 김상규 씨(가명ㆍ45)는 딸을 떠나보내기 전 "내가 잘못했다"며, 매일 자신의 가슴을 짓때렸다고 한다. 가족들에 따르면김양은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김씨에게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김양이 처음 중학교에 입학한 날은 2005년 3월.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여상과 붙어 있던 I여중이었다. 김양과 한국 교육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불과 입학 일주일 만이었다. 예쁘장한 외모의 김양은 폭력서클 '일진회(一陳會)'의 표적이 됐다. 가입을 강요했고 정기적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또 술ㆍ담배 등 각종 일탈행위를 요구받기도 했다. 담임 교사 면담을 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김씨는 전학을 결심했다. 입학한 지 석달 만의 일이었다.

김씨는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 헤맸다. 전학 전 학교를 미리 방문한다며 차를 타고 강남 일대 학교를 무작정 돌아다녔다. 김씨는 "두 번 다시 딸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강남 핵심부의 S여중을 선택했다.

그해 6월 S여중으로 옮긴 김양은 두 달 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빈부 격차에 따른 '내부' 친구들이 문제였다. 반장이 마음대로 좋은 자리까지 정해줬다고 했다. 어디 사느냐에 따라 창가 자리와 중간 자리, 귀퉁이 자리가 결정되는 것이다.

김양은 충격을 받았다. 앉은 자리에 맞춰 그룹을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생소했다. "엄마가 담임한테 (촌지로)얼마를 주었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친구들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김씨는 다시 전학을 결심했다. 역시 석 달 만이었다. 송파구 B중학교로 옮겼다. 자신의 생활수준과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치근대는 선배 남학생이 많았다. 자꾸 사귀자고 해서 거절했더니 김양 휴대폰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집단 성폭행하겠다' '담뱃불로 반반한 얼굴에 흉터를 내겠다'는 등 숱한 협박 문자를 하루 열통 이상씩 받았다.

견디다못한 김양은 가출을 했고 일주일씩 집에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가출도 반복됐다.

김양은 지난 연말 엄마와 함께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20일 기자가 김양 어머니와 통화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버지 김씨는 "더 이상 우리 딸을 괴롭히지 마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박준모 기자 / 박소운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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