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들이 주체사상이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사회심리학적으로는 설득에 대한 면역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McGuire 등(1961)에 의하면 새로운 사상이나 믿음에 대한 설득은 마치 생리학적인 바이러스와 유사한 속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성과 같이 어떤 이슈에 대하여 전혀 상이한 입장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더 쉽게 설득되는(감염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아왔고, 주체사상이나 공산주의가 우리민족에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으며, 미국이 얼마나 제국주의적으로 우리민족의 통일을 저해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접해볼 경험이 없었다. 즉 이들은 새로운 입장에 저항할 수 있는 내적인 항체들이 전혀 없으므로, 더 쉽게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다. 신체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하여는 약한 바이러스균을 주사함으로써, 비아러스에 대한 방어를 할 수 있는 면역능력을 키워준다. 마찬가지로 설득의 과정에서도 반대되는 입장을 지지하는 약한 주장들에 노출시킴으로써 면역적 방어력을 키워줄 수 있다. 그러므로 중등교육이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에 대해 무조건 접할 수 없고, 나쁘다는 식의 방향에서 벗어나야한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고, 토론하게금 유도하여 면역능력을 길러줘야 할 것이다.


 
2. 설득시 공포의 유발은 효과적인가?

많은 연구에서 공포의 유발을 통해서 공포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설득 방법은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에게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을 것을 설득하였다(Levinthal, 1966). 학생들을 무작위로 세집단으로 나누어서 첫째 집단은 파상풍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유발하였고, 둘째 집단은 약한 공포를 그리고 셋째 집단은 전혀 공포를 유발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파상풍 주사를 얼마나 맞을 의도가 있으며, 실제로 대학보건소에 와서 접종을 한 빈도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유발된 공포가 클수록 주사를 맞을 의도가 컸으며, 실제로 접종한 빈도도 증가하였다. 놀랍게도 파상풍에 대한 높은 공포조건의 학생들은 공포가 전혀 유발되지 않은 조건의 학생들에 비하여 3배 이상의 접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많은 연구에서 공포의 유발은 매우 효과적인 설득방법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신도들에게 공포를 유발하고(예컨대, "곧 세상이 멸망한다."), 믿음을 강요하며, 약장사들도 공포유발을 통한 판매전략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극심한 정도의 공포는 오히려 설득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너무 두렵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들거나, 너무 위협을 느껴 위험을 부정하고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는 경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나치지 않게 중간수준에서 공포를 유발시키는 주장들은 전혀 공포를 유발시키지 않는 주장들보다 태도변화를 일으키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3. 사람들의 태도는 그들의 행동과 일치하는가? 즉 태도조사의 결과가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가?

심리학에서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태도와 행동은 일대일 대응이 있다는 가정이 받아들여졌다(Fazio, 1986). 알포트(Allport, 1935)의 초기 태도개념의 정의에는 행동과 태도의 일관성을 중요한 태도정의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켰으며, 만약 행동과 일관성이 부족하면, 태도가 없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태도와 행동의 일관성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고, Wicker(1971)에 의하면 태도는 차후의 행동과 관련이 없으며,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태도라는 개념을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에서 태도와 행동의 불일치에 대한 증거는 훨씬 오래 전에 나타났다. 많은 사회심리학 교과서에 인용되는 라피에르(LaPiere, 1934)의 연구는 이 분야에서 고전적이다. 백인 교수인 라피에르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상당히 심했던 1930년대에 젊은 중국인 학생 부부와 함께 미국을 여행했다. 그들은 66개의 숙소와 184개의 식당에 들렀으나 1군데의 호텔을 제외하고는 모든 숙소와 음식점에서 그들을 거부하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한참 후에 그는 그들이 이용하였던 숙소와 음식점에 편지를 보내서 그들이 중국인 손님을 받을 것인지를 물어 보았다. 응답을 해 온 128개의 답신 중에 92%가 받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즉 중국인 부부는 실제로는 거의 완전한 서비스를 받았으나 그 뒤의 편지들에서는 거의 보편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라피에르와 그 후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발견이 행동과 태도 간의 주요한 비일관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쿠트너 등(Kutner, 1952)의 연구에서는 두 명의 백인 부인과 한 명의 흑인 부인으로 구성된 일행이 11개의 식당에 들어가서 아무런 문제없이 식사를 하였다. 그 후 11개의 식당에 전화를 걸어 흑인이 포함된 일행의 예약을 신청했을 때, 절반이 넘는 6개의 식당에서 거절을 당하였다.

그러나 모든 행동에서는 태도-행동의 일관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투표행동에서는 태도와 행동간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Fazio(1986)은 기존의 태도조사가 단순히 태도의 범위를 측정하였을 뿐 태도의 강도가 측정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행동에 개입할 당시 태도가 얼마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활성화 정도)를 측정하여야만 태도와 행동의 일관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4. 타인을 설득할 때 일방적인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혹은 양방적인 주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가?

이는 설득 대상의 여러 속성에 따라 다르다. Hovland 등(1949)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일 경우에는 양방적 주장이 일방적 주장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견했다. 또한 Chu(1967)는 그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 사람들일 경우에는 일방적인 주장이 더 효과가 있으며,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경우에는 양방적인 주장이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슈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때, 일방적인 주장이 제시되면 사람들은 그 주장이 편향되었다고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주장이 일방적일 때 심리적 반발(reactance)을 유발할 수 있다(Brehm, 1970). 사람들은 일방적인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았을 때, 자신의 자유의지감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양방적 주장은 덜 편향적이며, 자유 선택의 착각을 줄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그 주장을 덜 방어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5.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 더 설득이 잘되는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 더 잘 설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분이 좋을 때 어떤 주장을 접하면, 그 주장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Petty 등, 1993). 그러나 기분이 좋다는 것이 꼭 설득의 가능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 설득의 내용을 이성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반응하는 체계적인 처리과정(systematic process)를 하지 않고, 설득의 피상적인 요인에 의존하는 휴리스틱스(heuristics)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설득의 중심적 내용보다는 주변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권위있는 사람이 주장을 펼친다거나, 주장의 내용이 길다든지, 혹은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는' 설득에 잘 넘어간다. 기분이 좋은 사람에게는 설득의 중심적 내용이 얼마나 강하고, 논리적인가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분이 좋은 사람은 설득의 내용이 충실하지만 평범한 사람에 의해 제시된 주장보다는 설득의 내용은 빈약하지만 권위있는 사람에 의해 제시된 주장에 더 잘 넘어간다. 이런 주장에 의하면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지만 설득의 내용이 약하면, 부모님이 기분 좋을 때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설득의 내용이 강하고, 논리적이라서 부모님이 면밀히 검토해주기를 바라면 부모님이 기분이 좋을 때를 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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