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조란 무엇인가?

동조(conformity)란 개인이 다수의 타인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있을 때 자의적으로 그 행위를 따라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속담과 같이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비슷한 옷차림, 헤어스타일, 언어습관 등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사회심리학에서 Asch(1951)는 사람들의 강력한 동조심리를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는 다섯명의 학생들을 지각연구라는 실험에 참석시켰다. 그들에게 두장의 카드를 제시하였다. 한 장의 카드에는 한 개의 검은 직선이 그어져 있고, 다른 한 장의 카드에는 길이가 다른 세 개의 직선이 그어져 있다. 그들은 첫째 카드에 있는 직선의 길이와 같은 길이의 선을 다른 카드에서 찾는 과제를 해야 한다. 이때 네 명의 참가자는 연구자가 고용한 가짜 참가자이며, 그들 모두는 고의적으로 길이가 다른 직선을 대답한다. 실제 참가자인 나머지 한 학생은 눈으로 식별하였을 때도 분명히 길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같이 틀린 직선을 대답하는 경향을 찾아냈다. 실제 참가자 중 약 3분의 1 이상이 틀린 다수를 따라 명백히 틀린 답을 대답하였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수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2. 사람들은 왜 타인들에게 동조를 하는가?

사람들이 다수에 동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옳은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 작용했을 것이다. 산중턱에 두 개의 약수터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 약수터의 물만 먹는다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약수물을 마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다수가 하는 행위인지 아닌지는 정보적인 가치가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다수가 하는 일은 대체로 옳은 일이라는 믿음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호감을 받고, 집단의 배척을 피하려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집단과 같이 행동함으로써 인정을 받고, 불인정을 피하려는 동기이다. 집단에서 다수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탈자들은 불이익을 받으며, 심한 경우는 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옷차림이 같지 않으면 그를 따돌림과 놀림을 당함으로써 불이익을 받게 된다.
 
 
3.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수에 동조한다면, 소수에 의한 사회변화는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설득력있고 일관적인 소수가 다수의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 불란서의 심리학자 Moscovici(1985)는 이 분야의 개척적인 연구를 하였다. 그는 Asch의 동조연구방법을 사용하여 그 반대의 현상을 보여주었다. 6명의 참가자에게 슬라이드의 색깔을 평정하게 하였다. 모든 슬라이드는 명도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는 청색의 슬라이드였다. 참가자들은 모든 슬라이드를 청색이라고 바르게 평정하였다. 그러나, 실험자에 의해 고용된 2명의 가짜 참가자들만은 의도적으로 청색 슬라이드를 녹색이라고 일관적으로 평정하였다. 이러한 소수측의 주장이 나머지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어 약 3분의 1의 참가자들이 적어도 하나의 녹색슬라이드가 있었다고 평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Moscovici는 이때 소수측의 행동스타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소수의 영향이 효과를 거두려면 소수들은 일관성있고, 논리적이며, 강력해야만 한다. 이러한 행동양식은 다수측에게 소수측의 주장이 자신감과 확실성을 지니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며, 그들을 더 정직하고 유능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소수에 의한 영향은 다수에 의한 영향과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다수측의 영향은 내적인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단지 외적 행동의 변화일 수 있지만, 반대로 소수측의 영향은 진정한 내적인 변화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소수들은 그들이 만약 일관적이고, 논리적이며, 강력하다면 다수들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4. 응종이란 무엇인가?

응종(compliance)은 개인이 어떤 행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도록 요구받은 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원단체가 기부를 요구할 때, 길거리에서 헌혈을 요구할 때, 세일즈맨이 물건을 사라고 요구할 때, 친구가 책을 빌려달라고 요구할 때 일어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의 응종에 대한 관심은 이차세계 대전 동안 나치군들이 수백만의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대량학살에 참가한 군인들은 자신이 단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응종하였을 뿐이라고 대답하였다. 사람들이란 잔혹한 학살도 합법적 권위에 의해 요구하면 응하는 것일까? Milgram(1963)은 응종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하였다. 2인 1조로 된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연구의 목적이 처벌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일러줬다. 그 중 한사람은 "학생"의 역할을 하였고, 다른 사람은 "선생"의 역할을 맡게 하였다. 선생의 역할은 학생의 역할을 한 사람에게 기억해야 할 단어의 쌍들을 제시하고, 학생이 착오를 범할 때마다 벌을 주는 것이다. 벌은 전기쇼크를 사용하였다. 선생과 학생은 서로를 볼 수 없는 각각의 방에 배정되었다. 선생의 방에는 전기쇼크를 줄 수 있는 기계가 놓여있었다. 그 기계는 다양한 종류의 전기쇼크를 줄 수 있게금 만들어져, "경미함"에서 "위험, 극심한 쇼크"까지 손잡이에 단계별로 표시되어 있다(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 선생은 실험이 시작하기 전 경미한 쇼크를 실제 받아봄으로써 학생이 받게될 쇼크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반면에 학생은 실험자가 고용한 가짜참가자로써 일부러 틀리는 답을 말하게 하였으며, 실제 전기쇼크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음소리를 녹음테이프로 틀어 마치 실제로 전기쇼크를 받는 상황인 것처럼 꾸몄다. 선생은 학생에게 기억문제를 냈고, 학생은 계속 의도적으로 틀렸다. 그때마다 선생은 학생에게 쇼크를 주도록 지시받았고, 쇼크의 정도도 틀린 횟수가 늘어날수록 증가되었다. 그때마다 선생에게는 가짜 신음소리와 쇼크를 멈춰달라고 애원하는 녹음테이프가 들려졌고, 하얀까운을 입은 실험자는 "실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라면서 전기쇼크를 계속 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의 역할을 맡은 모든 학생들은 300볼트의 쇼크를 주었으며, 65%의 학생이 극심한 수준의 쇼크인 450볼트의 쇼크를 주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타인들에게 해를 끼치고 그들 자신의 개인적 신념과 가치에 위배하는 명령에 복종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5. 사람들을 응종하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사용되는가?

사회심리학자들은 특수한 응종기법들을 연구해 왔다. 여기서 몇가지를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ㆍ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foot in the door technique): 이 방법은 어떤 사람에게 처음에는 작은 요구에 동의하게 만든 다음, 일단 그 사람이 작은 요구에 응하면, 더 큰 요구를 하는 방법이다. Freedman과 Fraser(1966)의 연구는 이 기법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자신들이 안전운전위원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주 상원위원에게 보내는 안전운전을 촉진시키는 입법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부탁한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어렵지도 않고, 명분이 뚜렷한 서명에 참가한다. 그 후 몇 주가 지난 후에 다른 연구자들이 동일한 주부들과 이전에 접촉이 없었던 다른 주부들에게 안전운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집앞마당에 "조심해서 차를 몹시다"라고 하는 크고 볼품없는 입간판을 붙여 놓도록 부탁했다. 이때 이전에 작은 요구로 청원서에 서명한 주부들은 55% 이상이 흉물스러운 간판을 붙이는 데에 동의한 반면, 접촉이 없었던 부인들은 17% 이하가 동의하였다. 처음에 작은 요구에 동의를 얻어 낸 것은 큰 요구에 대한 응종을 세 배 이상으로 만든 셈이다.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의 효과는 자신에 대한 지각의 변화로 설명되고 있다. 즉 청원서에 서명한다는 것은 자신이 안전 운전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이러한 자기지각의 변화가 차후의 어려운 부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높였다.

ㆍ 면전의 문 기법(door in the face technique): 문간에 발 들여놓기의 정반대 방법인 면전의 문 기법(door in the face technique)은 처음에 매우 큰 요구를 하고, 그 다음에 더 작은 요구를 함으로써 작은 요구에 대한 응종을 증가시키는 기법이다. 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소년원에서 2년간 봉사할 청소년 상담원을 모집하는데 응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같은 부탁을 거절한다. 그러면 연구자는 부탁의 수준을 낮춰서 2시간 동안 부근 학교의 문제고등학생들을 데리고 박물관 관람의 안내자로 봉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큰 부탁을 이전에 받았던 학생들은 작은 부탁에 응종하는 비율이 51%나 되었으나, 큰 부탁을 받지 않고 바로 작은 부탁을 받았던 학생들의 응종 비율은 17% 밖에 되지 않았다(Cialdini 등, 1975). 사람들은 타인의 청을 거절할 때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특히 그 부탁이 명분이 있으며 올바른 일이면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은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큰 부담이 가지 않는 작은 부탁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ㆍ 낮은 공 기법(low ball technique): 사람들에게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하여 어떤 일에 동의하도록 요구받고, 그후 전체의 요구의 내용을 들려 주는 방법이 낮은 공 기법이다. 예를 들어 한 경우에는 연구자가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 7시에 계획된 연구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다른 경우에는 연구자가 전화를 걸어 어떤 연구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학생이 승낙을 하면 연구가 아침 7시에 계획되었다고 알려준다. Cialdini 등(1978)은 이 두가지 방법을 비교하였을 때 첫 번째 방법에서는 25%의 학생들만이 참가에 동의하였으나, 두 번째 방법에서는 55%의 학생이 동의함을 발견했다. 이 기법이 낮은 공 기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야구에서 투수의 공이 낮게 들어오다가 갑자기 높아지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이 방법이 효과를 보는 이유는 사람들이 일단 어떤 행동코스에서 개입하게 되면, 심지어 기본 규칙들이 바뀌었을 때라도 취소를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ㆍ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기법(that's not all technique): 이것은 주로 세일즈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한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새로 나온 전자오븐을 설명하고 가격을 제시한다. 고객이 구매에 대한 결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동안 외판원은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라고 부언한다. 지금 당신에게만 특별히 전자오븐을 구입하면 전자오븐용 접시세트를 무료로 증정한다고 제시한다. 이 세일즈맨은 처음부터 전자오븐을 사면 접시세트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무료접시에 대한 내용을 나중에 설명함으로써 "특별한 판매"와 "당신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 기법은 사람들이 구매에 대한 결정을 하는 순간 구매에 더욱 매력적인 제안을 제시함으로써 구매를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6. 왜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유사한 의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생각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많은 행동과 생각이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을 사회심리학에서는 그릇된 일치성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에게 "A라는 가게에서 식사를 합시다."라고 쓰여진 광고판을 메고 캠퍼스를 30분간 돌아다니겠냐고 물었을 때 어떤 학생들은 승낙을 하였고, 어떤 학생들은 거절을 하였다. 이들에게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응답하겠는가를 추정하게 하였을 때 학생들은 자신과 같은 의견인 사람이 전체의 3분의 2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Ross 등, 1977). 승낙하고 거절한 집단이 모두 3분의 2가량씩 추정하였다면 두 집단 중 한 집단은 분명히 틀린 셈이다. 또한 흡연자들에게 전체 성인인구 중 흡연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추정해보라고 했을 때, 실제 흡연율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흡연율을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Sherman 등, 1983).

그릇된 일치성효과가 나타나는 한가지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게 되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대하여 추정할 때 자신의 주위사람들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과 유사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과대하게 추정할 수 있다. 즉 머릿속에서 사용가능한 표본들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르고, 보편적인 것으로 믿고 싶어한다(Deutsch & Gerad, 1955). 사회적 현실은 집단으로 공유된 이념이나 가치관 등에 의해 결정되므로 자신의 생각이 다수가 아닌 소수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것은 불편함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7. 집단이 개인들보다 항상 더 우수한 의사결정을 하는가?

많은 경우 집단이 개인들보다 더 우수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Shaw, 1981). 그러나 집단의 의사결정이 개별적인 개인들의 의사결정보다 항상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집단사고(group think)를 연구하는 Janis(1972)는 미국 대통령의 참모진들의 집단 의사결정이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준다. 케네디대통령의 참모들이 결정한 쿠바의 피그만 상륙작전, 닉슨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단히 전문지식이 풍부하고, 지적 능력이 월등한 인재들이 집단사고를 통해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였다.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의 의사결정은 각 구성원이 갖을 수 있는 상이한 시각을 배제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즉 응집력이 강한 집단사고는 의견일치와 만장일치의 착각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착각의 결과는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게 하는 강한 집단압력으로 작용한다. 집단의 성원은 다른 의견을 표출하기 꺼려하며 집단이 유지해 온 의견일치와 응집력에 대한 느낌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8. 일을 할 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일의 능률이 증진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어려운 일은 능률이 떨어지지만, 쉬운 과제일 경우는 능률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작업에서 능률이 올라가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촉진(social facilitation)이라고 명명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인간 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서도 나타난다. 개미를 혼자 굴을 파게 하거나, 두 마리의 개미가 함께 굴을 파게 했을 때, 후자의 경우가 전자에 비해 한 마리의 개미가 완성한 작업량이 더 많았다. 닭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여럿이 같이 있을 때 먹이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Triplett은 아동들에게 낚시줄을 감는 작업을 시켰을 때, 여러명이 함께 할 때 낚시줄을 감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Zajonc(1965)은 이 현상에 대한 이론적 설명으로 추동(drive)가설을 주장하였다. 타인이 존재하는 것은 추동을 증가시키고 이는 잘 학습된 행동의 수행을 촉진하고, 잘 학습되지 않은 행동의 수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단순한 작업일 경우에는 타인의 존재가 작업의 수행을 증진시키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일 경우에는 그 반대로 수행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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