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논문을 빨리 고르는 눈을 키우는 방법은 당연히 논문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이므로 여기서는 제 나름대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방법은 한국 임상심리학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읽는 분들이 적당히 가감하여 적용하시면 되겠습니다.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논문은 SCI에 등재된 journal, 그중에서도 major journal이라면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래도 가끔 어이없는 논문들이 있기 때문에 역시 저는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1. 단독 저자 논문
: 대부분의 학회는 학회 정회원에게만 publish 할 권한을 주기 때문에 일단 단독 저자의 논문은 정회원이고, 대개 박사 이상이나 교수급의 논문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런 논문의 경우는 연구자의 오랜 연구 관심사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quality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저는 방법론을 다룬 단독 저자의 논문은 대체로 읽어봅니다.

2. 2인 이하의 공저 논문
: 둘 다 교수급이며 제1저자와 교신 저자가 같은 경우에만 읽어봅니다. 이 경우는 주 연구자가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고 제2저자가 연구 과정과 논문의 초고를 감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러나 제1저자와 제2저자의 소속 기관이 같고 제2저자가 더 높은 직급이거나 제1저자의 지도 교수, supervisor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이는 석사 논문을 revision한 것이거나, 임상심리전문가 수련과정의 requirement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출한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quality가 높은 논문도 있지만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읽지 않습니다. 특히 후자의 이유로 저는 임상 심리학회지 4/4분기 논문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

3. 3인 이상의 공저 논문
: 제1저자가 교수급이며 믿을만한 연구자라고 판단되는 경우만 읽어봅니다. 물론 제1저자와 교신 저자가 같은 경우에 한합니다. 그 외의 경우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제1저자와 교신 저자(corresponding author)가 다른 경우는 논문은 제1저자가 다 쓰고 제 2저자가 weight를 얻기 위해 교신 저자의 title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논문에 대한 질문을 교신 저자에게 아무리 해 보아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3저자 이후로는 논문이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의학 분야의 논문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논문 하나에 저자가 8명씩 되는 논문은 참으로 난감하죠. 저 같으면 이름을 실어주는 게 오히려 창피할 것 같은데 말이죠. 기본적으로 (충분한) 공헌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을 올리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도둑놈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해보자면 단독 논문은 한번쯤 관심을 두고 보시고, 2인 논문인 경우는 두 연구자의 소속 기관이 다르고 동일한 급이면서 제1저자와 교신 저자가 같은 경우, 그리고 제1저자의 연구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만 읽으시면 됩니다. 3인 이상의 논문은 모든 연구자가 같은 급인 경우(연구비를 따서 연구를 진행하는 공동 연구의 경우)만 읽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거의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불안하시면 abstract만 간략히 살펴보면 됩니다.
 
출처 : 월덴 3(walden3.or.kr)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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