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공동] 과학입국 그린프로젝트 Let's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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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 이중나선구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동일하거나 또는 매우 비슷한 염기서열로 반복 배열되어 있는 DNA의 한 부분. 단백질을 만들지도 않고 조절 작용도 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존재. DNA이면서도 아무런 유전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우리를 가리켜 사람들은 정크(Junk ; ‘쓰레기’란 의미) DNA라는 이름을 붙였어.

그런데 놀라운 건 사람의 DNA 가운데 약 98.5%를 우리가 차지하고 있다는 거야. 약 10만개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던 인간의 유전자 수가 게놈지도 완성 이후 대략 3만개 정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학자들은 당황하고 있지. 그 수가 선충(1만 8천개)이나 과실파리(1만 3천개)의 약 2배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야.

사람의 몸을 형성하는 유전자의 수가 고작 기생충이나 파리의 2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각각의 유전자 기능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의미하겠지. 그럼 도대체 아무 의미도 없는 정크 DNA를 인간은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걸까.

일반적으로 진화한 생물일수록 정크 DNA가 많은데, 세균류 같은 경우는 정크 DNA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지. 그렇다면 쓸모없는 취급을 받아왔던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그래, 바로 그거야. 이제 과학자들은 정크 DNA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혀내는 것을 포스트 게놈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어. 우리를 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최근의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증거로 들어볼게.

# 정황 1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와 3개 대학 공동연구진이 인간과 침팬지, 고양이, 개, 소, 돼지, 쥐, 병아리, 복어 등 동물 12종의 DNA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과 쥐 같은 설치류의 정크 DNA에서만 목격되는 게놈상의 변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크 DNA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 해명의 중요한 열쇠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로서, ‘유전자’만이 생물체 구성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곧 정크 DNA가 생물의 진화론적 기능을 가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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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황 2
  
미국 미시간대학 니콜라스 길버트 박사는 인간의 암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라인-1(L-1)이라는 정크 DNA가 동일 염색체상의 다른 자리로 점핑하는 전이현상을 발견했다. 사람 DNA의 17%를 차지하는 L-1 요소는 과거 어떤 기생 생물의 유전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흔적 정도로 여겨온 물질이다.

L-1은 염색체 DNA의 끊어진 부분으로 점프해 들어가 손상된 부분을 수선할 수도 있으며, 유전자의 활성을 제어하거나 심각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길버트 박사는 이로써 사람의 몸속에 수 백 년 동안 살아남은 정크 DNA가 아무런 기능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이 틀린 것임이 증명되었다고 했다.

# 정황 3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다비드 박사 연구팀은 사람, 쥐, 생쥐에서 고도로 보존된 염기서열을 검색한 결과,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유전자를 포함하지 않는 이른바 정크 DNA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염기서열이 여러 종에 걸쳐 변함없이 보존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생명체에 매우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크 DNA의 염기서열에는 단백질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고도로 보존된 염기서열의 기능은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일 뿐이다.

# 정황 4
미국 하버드 대학의 윈스톤 박사 연구팀은 SRG1이라는 정크 DNA의 RNA가 전사되는 과정이 이웃 유전자의 발현의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효모의 유전자인 SER3를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SRG1이 전사될 때 어떤 독특한 메커니즘에 의해 SER3의 전사가 억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정크 DNA의 기능 연구에 중요한 진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연구들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위의 연구 결과들을 보고도 정말 우리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 같은 존재로 여겨지진 않겠지. 특히, 정크 DNA의 유전자 발현 조절 작용을 밝힌 연구는 개체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열쇠로 볼 수 있어.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발생하는 질병이 틀린 것은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그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졌느냐 꺼졌느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거든. 이처럼 유전자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우리 정크 DNA 속 어딘가에 숨어 있어.

자, 그럼 이제 우리 속으로 들어와 그 스위치들을 찾아봐.


  정크 DNA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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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는 물질로서, 인간의 경우 23쌍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연결하면 폭 1천억분의 5cm, 길이 152cm가 되는데, 이 안에 약 30억개의 염기쌍이 들어 있다. 염기쌍은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의 4가지 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30억쌍의 염기 정보를 모두 알아낸 것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이다.

자손에게 물려주는 형질을 지배하는 기본물질인 유전자는 위 DNA 중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특정 부분을 말한다. 인체 내 세포에서는 항상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태아의 성과 인종은 물론 수십 년 후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까지 결정된다.

사람의 DNA에서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부분은 겨우 1~1.5%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진화의 과정에서 소용이 없어져 지금은 아무런 유전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쓰레기, 곧 정크 DNA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인간과 쥐의 게놈 차이는 수백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과 쥐의 게놈이 거의 유사하다면 쥐는 왜 쥐가 되고 인간은 왜 인간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한 개의 유전자가 한 개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단백질을 만들기도 하고, 여러 개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환경과 상호 작용해 수십 가지로 변형되기도 한다.

따라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규명, 그리고 유전 정보가 없는 정크 DNA의 유전자 발현 조절 작용이 각 생물 개체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열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2004.09.07 ⓒScience Times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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