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겨울 아침나절 고슴도치 몇 마리가 떨리는 몸뚱이를 녹이려 서로 엉키다 굵은 가시 털에 찔려 밀려난다. 그러다 아픔을 참아가며 접근하기를 되풀다 급기야 터득한 지혜는 피 흘리지 않고 서로 온기를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 적정거리의 확보였다는 요지로 쇼펜하우어의 우화에 담긴 문제의 제기는 만남과 헤어짐을 되푸는 인간의 얕은 심성을 꼬집는 사랑과 미움의 어쩔 수 없는 양면성을 일컬음이다. 겉과 속이 뒤바뀌는 애증(愛憎)의 반복은 곧 고달픈 인생행로를 가늠할 이중잣대로서의 반성자료라 할 것이다.

고슴도치가 다른 누군가와 가까워지려고 하면, 자신에게 달린 가시들로 그 상대를 다치게해 누구와도 가까워질수없는 상태를 인간의 마음상태에 적용시킨 심리학용어 '호저콤플렉스'라 일컫는다.

다른 사람과 깊은 인간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의 삶과 자기 일에만 몰두해서 남들이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 중심적이다.
늘 자기를 감추고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면 피차 서로 간섭할 일도 없고 부딪칠 일도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게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이렇게 인간 관계 초기부터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를 방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일컬어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친해지려는 상대를 함부로 대하고 상처입히는 행동이 고슴도치의 가시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과거 누군가와의 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과거에 절친한 친구 혹은 마음속으로 믿고있었던 누군가(아버지 등등)가 있었다고 합시다. 어느날 그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깊은 실망감을 느끼게 되면, 그로인해 마음의상처(트라우마)를 받게됩니다.

이런경우 마음의상처를 가지게된 이유는, 바로 그 상대와 절친한 관계였거나, 그를 믿고있었기 때문에 상처를 받은것입니다. 그러니까 별로 친하지 않았다면, 배신감이나 실망 조차 느끼지 않았을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바로 그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친한관계' 를 거부하면서 나타나는게 고슴도치 딜레마 입니다. 말하자면 상처를 받기전에 그 상황을 벗어나는 자기보호행동 이죠. 마음의 벽이라고도 할수있습니다.

여기서 조금더 나아가면, '내가 실망받거나, 상처입는것처럼, 상대방이 나에대해 실망받거나, 상처입는것이 싫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벽은 더 단단해집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 '누군가를 한번 좋아하면 굉장히 친해려고 노력한다' 거나 '상대를 매우 함부로 대하고 기어이 상처를 입히고 만다' 을 보인다면, 그 단계는 아닐것입니다. 이 단계에 있는사람들은 일상적인 대화도 가급적 안하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내게 조금 마음을 여는 순간 그것이 우습게 느껴지고' 이렇게 생각하는것도 물론 고슴도치딜레마와 관련해서 설명할수 있습니다. 다음은 제 가정입니다만,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앞에 설명한 마음의상처를 받은 누군가는 그후, 아웃사이더적인 기질이 발달됩니다. 냉소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특히 친한친구관계나 사랑하는연인사이의 관계등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각으로, 친구가 그에게 다가오는것을 본후, 그것이 가치가 없어 보이고 결국 흥미를 잃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애초에 친해지졌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그의 마음속에 또다른 본심이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의 이름은 '외로움'.

외로워서 친해지려고 하는데, 마음의상처가 불쑥 고개를 내미는것입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를 깊이있게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에서 나오는 대사를 빌려 적어봅니다.

 '...그러다 알게되겠지. 어른이 된다는건 가까워지던가 멀어지던가 하는것을 반복해서, 서로 그다지 상처입지 않고 사는거리를 찾아낸다는걸...'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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