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家宅)에는 불행이 들어오는 다섯 개의 통로가 있으며, 이 불행의 통로를 우리 옛 선조들은 `오허(五虛)'라 했다. 이 `오허'를 막는 방법으로는 그 길목에 나무를 심는 일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택목론(宅木論)이라는, 집에 나무를 심는 독특한 철학이 정립되기까지 했다. 나무 성질에 따라 동쪽에는 복숭아나 버드나무를, 오동나무는 북서쪽에 세 그루를 나란히 심어야 하고, 대추나무는 외양간 곁에 심어야 하는 등, 음양오행의 합리주의가 나무 심는 데까지 복잡하게 맥락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동기야 오허를 막기 위해 심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집집마다 네댓 그루의 택목이 자라는 풍요한 녹색 공간 속에서 삶을 영위해 온 우리 선조였던 것이다.

농도짙은 녹색 공간의 필요는 새삼 되뇔 필요가 없을 줄 안다. 그 녹색이 인간 생리뿐 아니라 인간 심리에 끼친 영향이 오묘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본 환경청에서 조사, 최근에 공표한 것을 보니 학생들의 교내 폭력과 학교 주변의 녹색 밀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있다. 전국적으로 조사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학교 주변의 녹지 감소율이 2.5퍼센트 미만인 학교들에서는 교내 폭력 발생률이 10퍼센트 미만으로 그치고 있는 데 비해 녹지 감소율이 10퍼센트 이상 되는 학교들에서는 교내 폭력 발생률이 50퍼센트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는 등, 녹지와 교내 폭력이 정확하게 반비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조사로 녹색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 안정이나 도덕 심성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내년부터 학교 주변의 밀도 높은 녹화는 말할 것도 없고 교실 내의 녹화에 중점적인 시책을 펴기로 했다 한다. 이미 서독에서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행패를 부리는 가정 폭력과 가정의 실내 녹화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여 `빈터 가르텐(겨울 정원)'이라는 실내 녹색 공간 조성 운동을 펴온 지 오래다. 녹색당(綠色黨)까지 생겨나고 있는 나라인지라 베란다마다 겨울 정원을 만들고 화장실이나 목욕탕까지 덩굴식물을 올리는가 하면 거실과 식당을 차단하는 커튼용 덩굴 등 실내용 각종 식물을 개발, 그 묘목이 불티 나듯 팔리고 있다 한다. 실외 녹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실내 녹화는 새 물결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내 자녀를 건전하게 키운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전통적 택목론이 재조명돼야 하며 실내 원예도 새로운 레저로 각광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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