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그 사람의 얼굴에서 풍겨지는 뉘앙스를 감지하게 된다.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 스쳐가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며, 타인을 식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사실 얼굴은 눈, 코, 입이 이루는 단순한 구조물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이뤄내는 조화는
천에 하나도 같은 법이 없으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내과의사이자 종교 저술가인 영국의 토머스 브라운은 "어떻게 그 많은 얼굴 중에 같은 얼굴이 하나도 없는지,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경이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이에 가깝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천태만상의 법칙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1백 개의 '조각판'으로 이루어진 얼굴
 
연전에 극장가를 강타했던 영화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 중 하나로, 베이징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 미세한
진동의 여파로 뉴욕에선 태풍이 불 수도 있다는, 아주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의 고유명사다.
이 나비효과의 원리를 얼굴에 대입해 보면 천태만상의 비밀이 조금 더 쉽게 풀릴지 모른다.
당신은 얼굴의 구성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눈, 코, 입, 이마처럼 눈에 드러나는 부위들을 열거할 것이다.
그러나 얼굴의 진짜 구성요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의 각 기관들이 아니라고 한다.
독일의 국제적인 마케팅 조사기관인 아비트런 사는 수백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그리고 개개의 얼굴이 평균적인 얼굴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컴퓨터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하나의 얼굴은 1백 개의 조각판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FBI 같은 과학수사기관에서 범죄자를 잡을 때 컴퓨터로 얼굴 조각이 맞춰지는 장면을 연상해 보라.)
이 연구의 팀장을 맡은 펜틀랜드는 이 조각들을 고유의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 접두사 ‘아이겐(eigen)’을
붙여 아이겐페이스(eigenface)라고 이름 붙였다.
이 조사에서 밝혀진 또 한 가지 중요한 결과는 한 조각의 아이겐페이스는 약 1백 개의 변이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즉 1백 개의 조각들은 각각 1백 개의 변이를 가진다는 뜻이 되므로 이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10 200이 되는 것.
이것을 계산하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가 나오게 된다.
그러니 쌍둥이를 제외하곤(물론 쌍둥이도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다른 아이겐페이스를 가졌겠지만)
세상에 똑같은 얼굴이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눈, 코, 입에 숨겨진 과학적 비밀
아이겐페이스가 얼굴이 뿜어내는 뉘앙스의 베이스 역할을 한다면 눈, 코, 입, 뺨, 이마 등은
그 느낌을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바로미터.
물론 여기에도 과학적인 비밀은 숨어 있다.
눈은 흰자위, 홍채, 동공으로 구성되는데, 이것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서 얼굴에서 풍겨지는 뉘앙스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흰자위가 선명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깨끗한 인상을 주거나 명쾌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이는 흰자위가 홍채나 동공과 확실하게 대조를 이루기 때문.
만약 흰자위가 누르스름하거나 탁한 빛을 띤다면 흐리멍덩해 보일 것이고,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시선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사람에게 호감보다는 반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닐까.
흰자위와 동공 사이를 연결해 주는 홍채의 빛깔도 얼굴의 뉘앙스를 판단하는 열쇠가 된다.
홍채는 다양한 반점과 바퀴살처럼 퍼진 무수한 선의 집합이고, 이러한 패턴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색깔을 드러낸다.
바로 그 색깔에 따라 얼굴에서 풍겨지는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
동공의 지름 역시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지름이 길수록 상대방에게 호감을 끌 수 있다.
왜냐하면 동공은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어떤 외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게 된다.
놀라거나 기쁠 때는 동공이 커지면서 생동감이 넘쳐 보이고, 상대방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므로
누구나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는 얼굴 전체에서 가장 크고, 외부로 돌출된 부위이기 때문에 인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의 모양은 워낙 다양해서 들창코, 매부리코, 주먹코, 화살코 등 코를 지칭하는 말이 생겨날 정도.
그 모양에 따라 어떤 인상을 주는지도 결정된다.
흔히 들창코는 심술 궂고, 무식함을, 매부리코는 사악함을 상징한다.
직선으로 가늘고 긴 코는 미인의 조건으로 알려져 있으며, 코끝이 뭉툭한 사람은 후덕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코가 얼굴 한가운데 우뚝 서서 얼굴의 이미지를 잡아준다면, 입은 다양한 연출을 가능하게 해준다.
입은 얼굴 중 가장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로, 인중, 입술, 입주름, 턱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기쁨, 슬픔, 궁금증, 불만 같은 심리적 변화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얼굴 전체의 느낌은 확실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즐거울 때는 양쪽 입꼬리가 동시에 치켜올라가면서 얼굴의 양쪽에 대칭으로 입주름이 생기고,
뭔가 불만이 있을 때는 한쪽 입꼬리를 치켜들기 때문에 얼굴 표정도 일그러지게 된다.
또 입주변이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얼굴에 생동감이 없어 보이고 화난 사람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근육의 조화로 완성되는 인상
 
아이겐페이스와 눈, 코, 입 등의 기관들이 얼굴을 만들 재료가 된다면
그 안쪽에서 움직이는 근육은 인상을 만들어내는 재료가 된다.
다시 말해, 얼굴 근육은 다양한 표정을 만들고, 다양한 표정은 인상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대니얼 맥닐의 저서 <The Face>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과
다섯 시간 동안 인터뷰한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거의 6천 개의 표정을 구분해냈다고 한다.
즉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으로 3초마다 새로운 표정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의 얼굴에는 왼쪽과 오른쪽 각각 22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것은 어떤 동물보다도 많은 숫자다.
게다가 얼굴 근육은 뼈가 아닌 피부와 연결돼 있어 뇌의 자극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심리상태나 기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이 연출된다.
예를 들어 뺨을 가로질러 입꼬리로 이어지는 대관골근의 움직임은 미소를 만들어내고,
눈썹 바로 윗부분에 위치한 추미근의 움직임은 불쾌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또 가장 많이 움직이게 되는 이마의 전두근은 놀람을,
입꼬리 양옆의 소근은 두려움을, 턱 아래의 이근은 뽀로통함을 나타낸다.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놀람 등의 감정을 연상해 보면 당신의 얼굴에서도 자연스럽게 이 근육들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근육의 움직임은 모두 안면 신경(뇌와 연결돼 있는)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니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도 분명 맞는 말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았던 천태만상의 비밀이 조금은 풀렸는가?
결국 인간의 얼굴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자와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의 조화로 완성되는 것이다.
타고난 인자야 어쩔 수 없지만 근육의 움직임은 당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즐겁고, 편안한 표정을 만들어가는 것! 입술을 양옆으로 가늘게 펴고,
뺨과 이마 근육은 최대한 편안하게 이완시킨 다음 눈에 살짝 힘을 주어보라.
당신은 분명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옮긴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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