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서구 음악에서 여러 모드들이 장조 모드와 단조 모드로 축소된 사연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음계는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발명해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 아니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인데, 그리스 시대의 여러 부족/민족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함에 따라 변화/발전된 옛 음계를 로마를 거쳐 중세에 와서 수도사들이 교회음악을 위해 그대로, 또는 약간 변형/가공해서 조립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옛 음계는 주로 4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4음음계였고, 그 음역은 지금처럼 1-옥타브가 아니라 완전4도에 해당하는 정도였습니다. 이는 그리스 후기에 와서 대완전체계라 하여 2개의 4음음계를 합쳐서 1-옥타브에 해당하는 7음음계로 발전하지만 완전하지 못했던 것 같고, 또 주류 음계로 사용되지도 않은 듯합니다.

  중세에는 다시 한 번 2개의 4음음계를 합치는 작업이 시작되고, 이때 여러 개의 인위적 7음음계가 만들어집니다. 그 후 이들 음계는 교회음악에 사용되다가 17세기 바흐가 이를 정리하고 집대성해서 지금의 7음계로 압축되는데, 일련의 이론가/작곡가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어떤 관행적 규칙에 의해 일정한 음악을 만듦에 따라 장조와 단조로 불리고 서로 구별되는 어떤 색채가 생기게 되며, 이론가들은 이를 조성음악이라 합니다.

  예컨대 일련의 작곡가들은 오랫동안 장엄하거나 유쾌한 감정은 장음계로 표현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하고 슬픈 감정은 단음계로 표현하였으며, 전자의 색채를 장조, 후자는 단조라 하여 엄격하게 구별하는 전통을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조성음악을 이루고 있는 양대 산맥인 장음계/장조와 단음계/단조는 관행적/관습적, 습관적/심리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음향물리학 등의 과학이나 논리로서는 풀 수 없는 것이며, 지금은 음향심리학 분야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를 들자면, Hard Rock 장르에서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과 즐거운 가사에다 준단음계 또는 단음계를 사용한 선율을 많이 쓰고 있으며, 반대로 슬픈 노래를 장음계에 싣는 경우도 흔합니다.


  문 : 첫째로, 왜 하필 이오니아 모드가 표준이 되어야 했는지, 다른 모드가 표준이 되면 왜 안 되었는지 알고 싶구요.

  둘째로, 기왕 모드를 표준화하려면 하나로 할 것이지, 에올리아 모드 형태의 단조 모드까지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지도 알고 싶습니다.

  ☞  옛 음계는 4음음계이고 유럽7음계는 이들을 조립한 것이므로, 7음계는 전반/후반 2개의 4음음계로 이루어지며, 그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바흐 음악 등은 7음계를 단위로 한다기보다 4음음계(tetra-chord/mode/4선법)를 단위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이는 7음계가 4음음계의 조립에 불과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7음계의 구성요소가 되는 4음음계는 완전4도를 음역으로 할 때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데, 완전4도는 음향물리학적으로 완전협화음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증4도를 음역으로 하는 집시-테트라코드(Conjunct-mode), 리디안-테트라코드 등은 근대 이론가/작곡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증4도는 완전음정이 아니라는 점 이외에도, 2개의 4음음계를 이을 때 연결 음정이 반음정이 되고 말므로, 이 또한 후반모드의 시작을 알기 어렵게 만드는 몹시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도 배척 사유가 될 것입니다.

  완전4도를 음역으로 하는 테트라코드(mode/4선법)는 1~2음간이 반음정이거나, 2~3음간이 반음정이거나, 3~4음간이 반음정인 것 이외에는 존재할 수 없으며, 각각 [프리지안-테트라코드/모드], [도리안-테트라코드], [이오니안-테트라코드]라 부릅니다. - 실제로는 중세 수도사들의 실수로 [프리지안]과 [도리안]이 바뀌었다 합니다.

  음악사적으로 볼 때, 또 자연발생적으로 볼 때, 음악은 말에서 발전하여 간단한 노래가 된 것(음유시인/포크송)이고, 또 무용을 위해서 발전한 것(리듬/무곡/기악)이며, 말의 억양은 대체로 완전4도 정도를 음역으로 하고, 또 온음정 단위로 오르내리는 것이 쉽고 자연스러우므로, 고대 음악, 민요 등은 대체로 온음정 단위로 되어 있으며, 이는 세계 공통인 5음계에 반음정이 없는 점으로도 설명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종류의 테트라코드 중에서 [프리지안]은 시작음인 1~2음간이 반음정이라서 부자연스럽고 발성도 쉽지 않으므로, 아무래도 주류 음계로 사용되기에는 보편성을 얻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음악은 노래/성악에서 출발하여 춤곡/기악으로 발전된 것인데, 반음정은 지금도 훈련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발성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더구나 첫 음정이 반음이라면 더욱 더 표준음계가 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바흐 이후 여러 악성/대가들의 기악곡에는 프리지안-테트라코드가 수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음악이 4선법을 기초 단위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편, 드뷔시는 온음만으로 구성된 6음음계(Wholetone-scale)로 작곡을 시도한 바 있고, 쇤베르크는 평균율 12음을 단위로 하는 [12음-작곡기법]을 선보인 바 있는데, 4선법을 기초로 하지 않는 이들의 현대적 영향을 받은 재즈 장르는 장3도 및 단3도, 2개의 3음을 모두 포함하는 9음음계인 가변7음계를 만들어 장음계/단음계의 구별을 없애 버렸으며, 따라서 7음계 전체를 작곡 단위로 할 수 있게 되고, 또 이에 따라 사장된 여러 7음음계 모드를 수용하기 쉽게 되었으므로, 재즈의 어떤 세부 장르에서는 집시-7음계, 도리안-7음계, 프리지안-7음계, 로크리안-7음계, 리디안-7음계, 믹소리디안-7음계 등이 부활되어 [선법전환] 형태로 자주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3음간이 반음정인 도리안-테트라코드는 단음계, 3~4음간이 반음정인 이오니안-테트라코드는 장음계에 귀속되었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일련의 근대 이론가/작곡가들은 이들의 느낌이 그러하다고 판단하였고, 연속적/관행적으로 이에 의해 작곡을 해왔으므로, 조성음악은 전반이 도리안-테트라코드인 단음계에 의한 단조와, 전반이 이오니안-테트라코드인 장음계/장조로 양분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또, 자연단음계로 불리는 에올리안-모드(7음계)는 전반이 도리안-테트라코드, 후반이 프리지안-테트라코드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는 프리지안도 채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조성음악은 구체적으로는 [기능화성]이라 불리는 음악적 문법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데, 기능화성이란 어법은 [이끔음 논리]라는 것을 포함하며, 이는 장음계/단음계를 불문하고 그 7~8음간이 반음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단음계/에올리안-모드는 7~8음간이 온음정이어서 적합하지 못하므로 조성음악의 표준음계로 채택되지 않았으며, 그 후반을 집시-테트라코드(Disjunct-mode)로 대체함에 따라 [화성단음계]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이 음계가 단조의 표준음계가 됩니다.

  또, 자연장음계로 불리고 장조 조성의 표준음계인 이오니안-모드(7음계)는 전반/후반이 모두 이오니안-테트라코드인데, 온음정으로 진행하다가 4음음계의 끝이며, 완전음정이라서 비교적 인식하기 쉬운 완전4도 바로 앞에 반음정이 있다는 점, 전/후반이 같아서 쉽게 인식/노래할 수 있고 자연스럽다는 점, 그래서 그런지 많은 민족들의 공통적 4음음계 중에 하나였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합니다.

  자연장음계와 화성단음계는 조성음악의 양대 표준음계인데, 이 중에서도 장음계가 대표음계로서 조표체계의 기초가 된 이유는, 아무래도 즐겁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고 여겨졌던 장음계를 대표로 하는 것이 사회현상에 걸맞을 것이고, 반음정이 많고 게다가 5음계에서 볼 수 있는 큰온음(1.5음정)까지 있는 화성단음계는 일반인이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을 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 : 또 한 가지, 제가 보는 어떤 책에서, 화성체계의 확립 과정에서 트라이톤을 피하려는 시도 때문에 리디아 모드와 믹소리디아 모드가 장조 모드로 통합이 되고, 도리아와 프리기아 모드는 마이너 모드로 통합이 되었다고 설명하는데... 이게 당최 이해가 안 되거든요.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는지요.

  ☞  트리톤(증4도)을 피하기 위한 것임은 근거가 있는 것이고 이미 설명하였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리디아 모드와 믹소리디아 모드가 장조 모드로 통합이 되고, 도리아와 프리기아 모드는 마이너 모드로 통합이 되었다]는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통합된 적도 없거니와, 그들은 원래 7음음계가 아니라 4음음계이었으며, 클래식 악성/대가들의 음악에서도 리디안, 믹소리디안, 도리안, 프리지안은 4선법 형태로서 독립적으로 자주,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또, 이오니안-모드(7음계)와 동의어인 자연장음계의 요소에는 리디안 및 믹소리디안-테트라코드가 포함되지 않으며, 에올리안-모드(7음계)와 동의어인 자연단음계는 도리안 및 프리지안-테트라코드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긴 해도, 자연단음계는 단조의 표준음계가 아니므로 단음계가 아니고 준단음계에 속할 뿐입니다.

  또한 자연단음계가 도리안 및 프리지안-테트라코드의 조합이라 하더라도, 7음음계로서의 도리안-모드 및 프리지안-모드는 여전히 독립적으로도 사용되는 선법/음계이므로,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그 설명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할 수 없겠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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