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 2006-06-14 11:18]
길이 8cm, 무게 70g의 작은 방. 자궁은 꽉 움켜진 여자의 주먹만한 크기이다. 그 공간에서 여자는 생명을 잉태하고 만들어
세상 밖으로 밀어낸다. 우주의 신비만큼이나 신기한 생성의 비밀이 생겨나고 풀어지는 곳이 바로 자궁이다.
고대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던 여자의 자궁, 그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흔한 여성 질환인 자궁경부암에 대해 알아보자.
 
자궁, 그 오해와 진실에 대해서 내 몸 안의 작은 방, 자궁
자궁은 질과 연결된 자궁경부를 따라 올라간 자리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공간을 말한다. 핑크빛 근육 조직으로 평상시에는 8cm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임신하면 배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지고 무게도 1kg 정도로 불어난다. 자궁은 생명을 키워내는 신성한 공간이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이 자궁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때는 통증을 동반한 월경 기간이다.
월경통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고통이다. 월경통이 심하면 자궁도 월경도 여성에게 내린 형벌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하지만 그건 자궁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알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자궁 스스로 호르몬과 단백질, 지방, 당분 등을 합성해 프로스타글란딘(PG)이란 물질을 만든다. 이 물질이 자궁의 팽창과 수축을 지휘한다. 자궁을 수축시켜 자궁내막에 달려 있는 두터운 생리혈을 내보내고, 출산 때는 경련을 일으키며 자궁경부를 확장시켜 아기를 내보낼 수 있게 한다.
또한 PG는 혈관 벽에 작용해서 혈관 상태를 개선함으로써 고혈압이나 심장병을 일으키는 혈관경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자궁에서는 베타 엔도르핀이나 디노르핀 같은 천연 진통제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여성을 위해 존재하는 살아 있는 제약 공장인 것이다.
 
역사 속 자궁에 대한 오해들
여성의 자궁은 오랜 세월 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이 소중한 공간이 오랜 세월 기이하고 이물스러운 존재로 취급되었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 이집트의 의사들은 자궁이 온몸을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자궁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병인 자궁하수를 목격한 것이 오판의 원인이었다.
이집트의 의서 「가훈 파피루스」를 살펴보면 의사들의 이런 황당한 믿음이 잘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자궁이 간에 가서 부딪치고, 위장을 때리고, 췌장을 짓눌러 통증을 유발하고, 폐를 압박해 호흡곤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발작을 치료하는 방법 역시 엽기적이다. 좋은 향과 나쁜 냄새를 이용해 자궁의 위치를 잡겠다는 것이다. 코 쪽으로는 유독물질을 태워 자궁을 내려보내고, 외음부 쪽으로는 상쾌한 향을 피워 자궁이 제자리를 찾도록 유도했다.
그리스 시대의 대표적인 지성인 ‘플라톤’ 역시 자궁에 대해 무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궁을 ‘짐승 안의 짐승’이라고 불렀다. 자궁은 아이를 생산하고 싶은 짐승이라고 주장했다. 사춘기 이후 여성들이 자궁을 너무 오래 방치해두면, 자궁이 몹시 괴로워하며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호흡을 막아 극심한 고통을 가져오고, 그 밖에 온갖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럼 현대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의 생각은 달랐을까? 아니다. 그 역시 자궁이 움직이며 여성의 건강을 저해하는 존재라 생각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를 주로 나이 든 여성의 질환으로 보았다는 것. 여성이 금욕 생활을 오래 하면 자궁이 말라붙고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쪼그라든 자궁이 수분을 찾아 갈비뼈를 향해 올라가 복강으로 내려오는 호흡의 흐름을 막아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이다.
히스테리의 어원은 ‘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후스테라’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아도 이를 뒷받침한다. 1926년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발견되면서 생리는 더 이상 질병이나 질환적인 현상이 아니며, 자궁에는 아무런 독성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수천 년간 이어진 자궁의 억울한 누명은 벗겨졌으나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에바 페론’과 ‘매염방’이 전하는 메시지
‘에바 페론과 매염방’.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두 여성과 자궁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바로 이 두 사람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불꽃같은 그들의 삶을 마감해야 했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후안 페론의 아내이자 부통령으로 아르헨티나의 상징이 되었던 여성. 가난한 농촌의 사생아로 태어나 궁핍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열다섯 살부터 배우로 활동했던 에바는 혁명군의 리더인 페론 장군을 만나 극적인 인생의 전환점을 찾는다.
혁명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안 페론의 아내, 즉 그녀는 영부인이 된 것이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의 진정한 벗이 되고자 그들의 삶에 직접 뛰어들었다. 진심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선 그녀의 모습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거두었다. 병명은 자궁경부암. 어머니처럼 아르헨티나인들을 품어주었던 그녀의 자궁은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죽어가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던 국민들에게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읊조리며 숨을 거둔다.
‘홍콩의 마돈나’라 불리며 홍콩인들의 사랑을 받던 가수 겸 배우 매염방. 남자들의 주무대였던 중국의 연예계에서 그녀의 존재는 혜성과도 같은 출현이었다. 당시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댄스음악을 들고 나와 최고의 여가수상을 수상하며 홍콩 가요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고 소아암 환자를 도왔다.
그러나 2003년 청천벽력 같은 자궁경부암 진단이 내려진다. 처음 진단을 받은 것은 9월. 그로부터 겨우 4개월 후인 12월, 매염방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매염방의 죽음은 자궁경부암의 메시지를 모든 홍콩 여성들에게 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자궁경부암 정기 검진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녀는 자궁경부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꾼 인물로 남아 있다.
 
자궁경부암 : 원인과 진단, 치료와 예방에 대해서
자궁경부암을 발생시키는 HPV란 무엇인가?
통계적으로 볼 때 한국 여성의 자궁에서 일어나는 암 6건 중 5건이 자궁경부암이다. 이런 이유로 자궁암이라 하면 대부분 자궁경부암을 일컬을 때가 많다. 자궁경부암은 현재까지 알려진 총 2백여 종의 암 가운데 하나로 자궁과 질을 연결하는 원뿔 모양의 경부에서 발생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는 1970대 후반 독일의 주르하우젠 박사가 자궁 안에 기생하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그 후 1994년 국제암연구기구는 HPV가 자궁암의 원인임을 공표했다. 국립보건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의 90% 이상이 HPV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HP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는 여성의 절반가량이 일생에 한 번쯤은 감염되는 흔한 바이러스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50세 여성의 약 80% 정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 HPV의 종류도 1백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모든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해가 없고 스스로 없어진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HPV 16형과 18형으로 이 두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2위를 차지하며, 매년 약 50만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있고, 유병인구는 1백40만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암 사망 원인 2위로 매년 지구상의 30만 여명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누가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걸까?
2001년 보건 복지부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발병은 40대가 30.2%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1.3%, 30대 17.7%, 60대 17.6%의 순이었다. 근래에는 전체 환자는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40세 미만에서의 환자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경부암은 성 접촉으로 전염되는 HPV가 주원인으로 17세 이전에 성관계를 갖거나 여러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 등에서 그 위험이 증가하며, 흡연 역시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의 증상은 어떠한가?
자궁경부암을 자가 검진으로 조기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유방암처럼 여성 스스로 살펴보기 쉬운 부위도 아니며 초기일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
증상은 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출혈이다. 생리 기간이 아닌데 출혈이 있거나 폐경기 이후에 출혈이 새롭게 나타난다면 암의 징후일 수 있다. 이러한 출혈은 심한 운동, 성관계 후, 대변을 볼 때 나타나기 쉽다.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생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궁경부암이 많이 진행돼 다른 곳으로 번지면서 다른 곳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이 부어 허리가 아프거나 골반 신경에 영향을 미쳐 골반통이 있을 수 있다. 방광이나 장에 번지면 배뇨 곤란, 혈뇨, 변비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악취가 나는 질 분비물이 증가할 때도 암의 증상일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는 성 접촉으로 전염되며, 콘돔으로도 차단되지 않는다. HPV는 여성의 절반가량이 일생에 한 번쯤은 감염되는 흔한 바이러스인 만큼,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금욕 생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이며, 현재 자궁경부암의 최선의 예방은 정기적인 세포진 검사를 통해 이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국립암센터에서 공동 주관해 마련한 ‘자궁경부암 조기 검진 권고안’에서는 성 경험이 있거나 만 20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1년에 한 번씩 세포진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장한다. 현재 국가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 사업을 시행 중이다.
가장 간단한 자궁경부암 진단 방법은 면봉이나 칫솔 모양의 특수 기구로 세포를 살짝 긁어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일명 ‘세포진 검사’이다. 대개 병원에서 시행되며, 복잡한 과정이나 통증 없이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실제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가 보편화된 1950년 대 이후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최근에는 DNA 칩을 이용해 HPV 감염 여부를 피 또는 침으로부터 몇 분 안에 알아보는 진단법도 개발되고 있어 자궁경부암의 조기 발견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자궁경부암 유발 바이러스 백신 ‘가다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예방한다’
대부분의 암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 간염으로 발병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바이러스의 간염을 차단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 최근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요 원인인 HPV 16, 18형의 발생을 예방하는 HPV 백신이 개발되었다. 미국계 제약회사 MSD가 개발한 ‘가다실(Gardasil)’은 지난 2년간의 임상실험 결과를 통해, 암 유발 바이러스를 100% 차단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현재 미 FDA의 ‘최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2006년 6월경이면 승인을 받고 상용화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상용화 시기는 내년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다실은 6개월에 걸쳐 3회 접종을 하게 되고 접종 연령은 성관계 이전인 26세 이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 번 접종 후 평생 예방이 가능한 것일까? 아직 확인된 바 없다. 현재까지의 임상실험을 통해 한 번의 접종으로 4~5년 동안은 예방이 지속되는 것이 입증되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자료제공 /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영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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